여성의 동성애 표현 방식에 관한 연구 :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중심으로
미네랄삽빠
(http://leelab.tistory.com/65)
목차
Ⅰ. 서론 1
Ⅱ. 선행 연구 2
1. 야오이에서 표현된 동성애 2
(1) 공과 수의 관계 4
(2) 여성 캐릭터의 배제 5
(3) 동성애자 사회에 대한 묘사의 배제 6
2. 대한민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표현된 동성애 7
Ⅲ. 연구 대상과 연구 방법 8
Ⅳ. 분석 결과 10
1. 태섭과 경수의 관계 10
2. 여성의 역할 11
3. 동성애자 사회에 대한 묘사 12
4.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묘사 12
Ⅴ. 결론 13
참고 문헌 14
그림 출처 14
일러두기
- 서적이나 드라마의 제목은 겹꺾쇠표(《》)로 잡지의 제호는 꺾쇠표(〈〉)로 표시하였다.
- 일본어의 한글 표기는 원칙적으로 국립국어원이 제정한 외래어 표기법을 따랐으나 국내에 정식 출간된 만화에 경우 번역된 표기를 따랐다.
- 일본에서 제작, 발행된 만화의 제목과 잡지의 제호는 원칙적으로 국내에 정식으로 출판된 판본의 제목을 따랐으나 국내에서 정식으로 출판되지 않은 만화의 제목이나 잡지의 제호는 국내에서 통용되는 제목이나 제호를 따랐다.
Ⅰ. 서론
2010년 10월 29일 《조선일보》에 흥미로운 광고 하나가 게재되었다. 이 광고는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 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라는 원색적이고 공격적인 문구를 담고 있었다. 이 광고가 비난하는 대상은 바로 2010년 3월 20일부터 11월 7일까지 SBS에서 주말 오후 10시 시간대에 방영된 텔레비전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였다.

그림 1 《조선일보》 2010년 10월 29일자에 게재된 광고
《인생은 아름다워》는 그 동안 국내에서 실험적인 단막극에서 시도되던 동성애 소재를 전면적으로 묘사한 최초의 공중파 연속극이다. 이 드라마에서 동성애자는 여성적 발성을 하는 등의 희화화된 행동을 하지 않으며, 자신을 게이라고 고백하고, 동성 간의 스킨십도 묘사된다. 이러한 직접적인 동성애 묘사는 언론 매체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사청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찬반 양론을 일으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홍석천, 하리수의 등장으로 게이나 트렌스젠더, 커밍아웃 등의 용어가 더 이상 텔레비전에서 낯선 것이 아니게 되었으며, 2007년 MBC에서 방영된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성공 이후 이른바 남장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가 연달아 제작되면서 동성애를 연상시키는 묘사가 텔레비전에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남성 동성애를 연상시키는 상황을 연출한 《커피 프린스 1호점》이 여성 작가와 여성 프로듀서에 의하여 제작되고 여성 시청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얻었으며, (홍지아, 2008, 페이지: 177, 178) 《인생은 아름다워》 또한 여성인 김수현이 극본을 담당하였고 이 드라마의 주된 시청자는 30~60대 여성이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2010)
국내에서 동성애를 연상시키거나 동성애를 묘사하는 연속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앞서 90년대 초반에 이미 80년대에 일본에서 발생한 야오이(やおい) 만화가 유입되어 10대와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소비되기 시작하였다. 야오이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여 남성 동성애를 묘사흔 장르의 일종이다. 이러한 야오이의 영향을 받아 90년대 후반에 특정 연예인을 지지하는 팬들의 웹 커뮤니티에서 남성 멤버들이 동성애를 나누는 팬픽(fan-fic)이 발생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가장 먼저 선행 연구로서 국내 대중매체에서 여성에 의해 표현되는 동성애에 직간접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되는 야오이에서 표현된 동성애의 경향을 살펴본다. 야오이를 통하여 이성애자 여성에 의하여 표현된 남성 동성애가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을 가지고 묘사되는지 분석하고 이성애자 여성이 남성 동성애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를 알아본다. 그 다음으로 연구 대상인 《인생은 아름다워》가 방영되기 전에 국내에서 방연된 드라마에서 동성애가 어떻기 표현되었는지 개괄한다. 선행 연구 다음으로는 연구 대상인 《인생은 아름다워》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요약하고,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동성애를 표현하는 방법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이성애자 여성들에 의해 창작되는 야오이와 연구 대상을 비교, 대조함으로써 여성들에 의해 표현되는 동성애가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살펴본다.
Ⅱ. 선행 연구
1. 야오이에서 표현된 동성애

그림 2 《날아라 캡틴》
야오이는 야마나시(ヤマなし), 오치나시(オチなし), 이미나시(意味なし)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용어로, 절정 없음, 결말 없음, 의미 없음을 뜻한다. 1970년대 초반에 일본의 동인지(同人誌)를 비꼬기 위한 단어로 사용되었으나, 나중에 “주로 여성에 의하여 창작되고 소비되는 남성 동성애를 다루는 장르”로 의미가 바뀌었다. 최근에는 소년애(少年愛)를 영어로 직역한 보이스 러브(Boy’s Love)의 앞 글자를 딴 BL이라는 용어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1975년 세계 최대의 동인지 판매 시장인 코믹마켓(コミックマーケット, Comic Market)이 개최되어 동인지 판매가 활성화되면서, 1981년 발표된 다카하시 요이치(高橋陽)의 《날아라 캡틴(キャプテン翼)》과 1986년에 발표된 구루마다 마사미(車田正美)의 《세인트 세이야(聖戰士星矢)》 등이 여성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고, 동인지 시장에서 활발하게 야오이로 재구성되어 동인지로 판매되었다.
한편 하기오 모토(萩尾望都), 다케미야 게이코(竹宮惠子), 오시마 유미코(大島弓子), 야마기시 료코(山岸凉子) 등의 24년조(24年組) 작가들이 1970년대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소년애(少年愛, 쇼넨아이)라고 불리는 작품을 발표하였다. 소년애 만화는 주로 유럽의 기숙사 학교를 무대로 하여 소년들의 사랑 또는 우정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하기오 모토가 1974년에 발표한 《토마의 심장(トーマの心臟)》과, 다케미야 게이코가 1976년에 발표한 《바람과 나무의 시(風と木の詩)》를 들 수 있다.

그림 3 오자키 미나미의 《날아라 캡틴》 동인지, 《독점욕》
이러한 소년애 만화가 인기를 얻자 1978년에 소년애 만화를 전문적으로 개제하는 〈주네(ジュネ, JUNE)〉가 최초로 창간되었다. 1990년대 초반 일본의 버블 경제가 붕괴되고 오자키 미나미(尾崎南)의 《절애 -1989-(絶愛-1989-)》가 슈에이샤(集英社)의 만화 잡지 〈마가렛(マーガレット, Margaret)〉에 연재되어 성공하자 새로운 시장을 찾는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야오이를 전문적으로 게재하는 잡지를 창간하였다.
국내에는 1993년 전후에 《절애》와 《브론즈》의 해적판이 소개되면서 야오이가 전파되었고, 이후에 아마추어 동인 서클에서 수용되어 야오이를 창작하는 아마추어 작가가 증가하였다. (hyol, 2004, 페이지: 235) 1990년대 중반부터 도서 대여점이 급격히 증가하였고 대여점을 통하여 야오이 만화를 접하는 10대 여성들도 증가하였다. 2000년대부터는 프로 만화가들도 서서히 야오이를 수용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2002년에 프로 만화가들이 창작한 최초의 야오이 엔솔로지 《유스(YOUTH)》가 발행되었고 2005년에 “최초의 오버그라운드 BL”를 표방한 이영희의 《절정(絶頂)》이 서울문화사의 만화 잡지 〈윙크(Wink)〉에 발표되었다.
한편 1990년대 중반부터 10대를 겨냥하는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고, 인터넷이 일반 가정에 보급되면서 인터넷에서 형성된 특정 아이돌 그룹을 지지하는 팬들의 커뮤니티에서 남성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인 팬픽(fan-fic)이 발생하였다. 팬픽은 이성애를 소재로 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으나 주로 남성 멤버들의 동성애를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야오이와 같이 주인공인 남성 멤버들의 동성애를 비극적 혹은 낭만적으로 묘사하거나 심지어는 강간 등의 과격한 성애 장면을 묘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홍지아, 2008, 페이지: 174)
야오이와 팬픽은 주로 10대와 20대 여성들에 의하여 생산되고 소비되었다. 30대의 기혼 여성들은 자신들이 10대와 20대에 경험하였던 대중 문화의 정서를 결혼한 후에도 유지하였고 이 가운데에서 야오이와 팬픽에 나타난 호감을 유지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이 결과 과거 10대와 20대로 한정되었던 동성애에 대한 선호가 자연스럽게 30대 여성까지 확산되었다. (홍지아, 2008, 페이지: 166)
야오이와 팬픽이 전반적으로 공유하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공과 수의 관계

그림 4 《돈이 없어》
야오이에서는 흔히 동성애 관계에 있는 두 인물을 “공(功, 세메)”과 “수(受, 우케)”로 나눠서 부르며, 공과 수의 관계는 “공의 이름×수의 이름”으로 표기된다. 공은 “공격하다”라는 뜻인 일본어의 “세메루(功ける)”에서 유래되었으며, 수는 “받다”라는 뜻인 일본어의 “우케루(受める)”에서 유래하였다. 공은 주로 성교에서 삽입하는 역할이며, 공에는 삽입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소위 남성적이라고 지칭되는 특성이 부과된다. 공은 수보다 몹집이 크고 거칠거나 과묵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또한 많은 경우 수보다 사회적인 지위가 높거나 많은 재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수는 성교에서 삽입당하는 역할이며, 삽입당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소위 여성적이라고 지칭되는 특성들이 부과된다. 수는 주로 공보다 몸집이 작고 감정적이거나 연약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여자와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절애》에서는 공인 난조 코지가 수인 이즈미 타쿠토보다 키가 크고 적극적이며, 시미즈 유키(志水ゆき)가 1994년에 발표한 《러브 모드(ラブモード, Love Mode)》에서도 공인 아오에 레이지와 타카미야 카츠라는 키가 크고 성교를 주도하는 반면, 수인 시라카야 나오야와 사치카와 이즈미는 키가 작고 남성이라기 보다는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성교에서도 수동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경향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예는 시노자키 히토요(篠崎一夜)와, 고우사카 토루(香坂透)가 2002년에 발표한《돈이 없어(お金がないっ)》인데, 공인 카노 스무쿠가 남성적인 외모와 저돌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비하여 수인 아야세 유키야는 소년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여성의 모습에 가까우며, 성격도 수동적이고 충동적이다. (그림 4)
공과 수의 관계를 통하여 여성들은 여성을 성교, 나아가 애정 관계에서 제거하여 여성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을 차단하여 성적인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회피하고 오로지 관음증적인 쾌락을 추구할 수 있다. (hyol, 2004, 페이지: 239~240; 홍지아, 2008, 페이지: 175) 성적인 죄책감이 없는 만큼 남성을 위한 포르노에서 묘사되는 강간이나 SM, 쇼타콘(ショタコン) 같은 과격한 묘사도 등장한다. 《절애》에서 코지가 타쿠토를 강간하려다 실패하고, 《러브 모드》에서도 타카미야가 이즈미를 오해에서 비롯되기는 했지만 강간하며, 《돈이 없어》에서도 카노는 아야세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자 아야세를 강간한다.
(2) 여성 캐릭터의 배제
야오이에서 여성이 등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등장하더라도 철저히 주변인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앞서 설명하였듯이 여성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을 차단하고 환상으로서의 동성애를 관음증적으로 즐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절애》에서 난조 코지의 가족은 등장하지 않고, 이즈미 타쿠도는 소년 가장으로 부모가 등장하지 않으며, 타쿠토의 여동생은 철저히 주변적인 역할이다. 나중에 타쿠토의 어머니가 등장하여 자살 소동을 일으키지만 계속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이것을 계기로 타쿠토가 코지를 받아들이게 된다. 《러브 모드》에서도 여성 캐릭터는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레이지의 과거에서도 어머니는 등장하지 않고 아버지만 등장하며 아버지도 남성과의 성교를 즐기는 것으로 묘사된다.
다만 주인공 남성의 애인이 여성이었다고 설명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주인공이 사랑하는 남성을 잊기 위하여 억지로 여성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러브 모드》에서 아오에 레이지가 시라카야 나오야를 만나기 전에 사귀던 애인은 여성이었으며, 《절애》에서 타쿠토는 코지를 잊기 위하여 여자를 만나고 코지는 여자 연예인과 스캔들을 일으킨다. 이러한 묘사는 주인공의 동성애자로서의 성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주인공의 성정체성이 양성애자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하여 등장한다. 야오이에서 주인공이 양성애자로 설정된 경우에는 바이섹슈얼(bi-sexual)로서 진지하게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닌 주인공의 동성애자로서의 성정체성을 희석시키기 위한 장치로서 역할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외적인 경우로서 요시나가 후미(よしながふみ)가 1996년에 발표한 《달과 샌들(月とサンダル)》과 2000년에 발표한 《제라르와 자크(ジェラールとジャック)》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달과 샌들》에서는 주인공인 고바야시의 친구이자 토요의 여동생인 리쿠코가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리쿠코는 고바야시에게 고백하지만 고바야시에게 거절당한다. 토요는 고바야시를 받아들인 이후에도 리쿠코가 생각나 고바야시와의 성관계를 잠시 거부한다. 또한 고바야시와 토요의 관계를 안 이후의 리쿠코의 심경도 비교적 자세히 묘사된다. 《제라르와 자크》에서는 제라르의 아내와의 과거가 자세히 묘사된다. 제라르는 경박한 귀족인 아내를 사랑했으나 아내는 제라르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애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출산한다. 제라르는 아이를 버린 아내와 싸우다가 얼굴에 상처를 입고 아내와 헤어진다. 제라르는 아내의 아이를 데려다 기르지만 얼마 후에 아이는 죽는다. 이런 제라르의 상처는 자크를 사랑하지만 자크와 맺어지지 못하게 하는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위에서 언급한 요시나가 후미의 작품들에서는 비록 야오이로 분류되지만 여성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상당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요시나가 후미의 현실감이 가미된 묘사는 더욱 발전하여 게이와 게이 사회에 대하여 비교적 자세히 묘사한 《서양골동양과자점(西洋骨董洋菓子店)》과 《어제 뭐 먹어?(きのう何食べた?)》와 여성의 사랑을 전면적으로 다룬 《사랑해야 할 딸들(愛すべき娘たち)》을 발표하였다.
(3) 동성애자 사회에 대한 묘사의 배제

그림 5 《러브 모드》
야오이에서는 동성애자 사회가 거의 묘사되지 않거나 매우 피상적으로 나타난다. 야오이의 많은 주인공들이 동성애자 사회에서 서로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만나기보다는 우연히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 여러 가지의 동성애 관계가 묘사되는 작품에서도 그들이 속한 사회는 실제 동성애자 사회라기 보다는 여성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비현실적인 사회이다. 《절애》에서 코지와 타쿠토는 서로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우연히 재회하면서 서로에게 애정을 느낀다. 《러브 모드》에서도 이즈미와 타케미야, 레이지와 나오야는 동성애자 사회가 아니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달과 샌들》에서 이다와 하시츠메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이다가 어느 날 잠든 하시츠메 옆에서 자위를 하면서 하시츠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러브 모드》에서는 많은 동성애 커플이 등장하며 이들이 주인공 레이지가 운영하는 게이 클럽 BOY&BOY를 통하여 만나지만 BOY&BOY는 실존하는 게이 전용 호스트 클럽이라기 보다는 여성들의 다양한 취향을 맞추기 위하여 준비된 캐릭터의 집합소 같이 보인다. (그림 5) 반면 동성애자를 비교적 자세히 묘사한 라가와 마리모(羅川
真里茂)의 《뉴욕 뉴욕(ニューヨークーニューヨーク, New York New York)》, 요시나가 후미의 《서양골동양과자점》이나 《어제 뭐 먹었어?》에서는 주인공은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으며 자신의 애인도 동성애자 사회에서 만난다.
또한 야오이의 주인공들은 동성애자 사회에서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동성애자들이 가지고 있는 커밍아웃(coming out)이나 아웃팅(outing) 등의 현실적인 고민이나 동성애자 사회에 대한 사회의 차별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동성애자임을 부인하는 묘사를 하기도 한다. 《절애》의 코지는 자신이 게이가 아니며 타쿠토만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러브 모드》의 이즈미도 자신은 게이가 아니지만 카츠라 때문에 자신의 성적 취향이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묘사는 야오이가 최초로 등장했을 당시 게이에 대한 거부감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묘사는 여성들이 현실의 동성애를 수용하여 야오이에서 동성애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배제된 관계를 추구하는 동시에 가부장적인 성역할이 대입되어 있는 안전한 관계를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의 동성애에 대한 여성들의 거부감을 줄이고 오로지 “너이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낭만적인 상태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야오이가 대부분 여성에 의해 생산되고 소비되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 동성애자 사회에 대하여 자세히 묘사하기가 어렵고 공과 수의 관계를 통해 낭만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야오이에서 그러한 묘사가 굳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2. 대한민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표현된 동성애
대한민국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1995년부터 실험적 형식이 시도되는 특집극이나 단막극의 형식으로 동성애가 묘사되었다. 1995년에 문화방송(MBC)에서 방영된 《두 여자의 사랑》과 서울방송(SBS)에서 방영된 《째즈》에서 최초로 동성애가 소재로 등장하였다. 이후 1997년에 SBS에서 《숙희 정희》가 한국방송(KBS)에서 《은비늘》이 방영되었다. 1999년에는 방영 당시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특정 시청자들에게 지지를 얻어 지금까지 회자되는 《슬픈 유혹》이 방영되었다. 2002년에는 MBC에서 《여인들의 저녁식사》가 KBS에서는 《금지된 사랑》이 방영되었다. (주창윤, 2003, 페이지: 219; 나이선, 2009, 페이지: 23, 38)
동성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정규 편성 드라마가 아닌 특집극이나 단막극의 형식으로 방영되었고, 주인공들의 동성애가 간접적으로 묘사된 것으로 보아 텔레비전이 사회적 금기인 동성애를 묘사하면서 동성애의 정치, 사회적 의미보다는 아름다운 감정이나 위험한 볼거리로서 묘사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화면을 아름답게 꾸미는 영상 미학에 많은 비중을 둔 것으로 보아 동성애를 이성애보다 아름답거나 혹은 그와 반대로 충동적이면서도 위험한 것으로 다루고 있으며, 동성애가 이성애와는 다른 비현실적인 감정이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홍지아, 2008, 페이지: 170)
한편 2007년 MBC에서 방영된 《커피 프린스 1호점》이 성공한 이후에 “남장(男裝)을 한 여자 주인공”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꾸준히 등장하였다. 2008년에 SBS에서 《바람의 화원》이, 2009년에 《미남이시네요》가 방영되었고, 2010년에 KBS에서 《성균관 스캔들》이 방영되었다. 남장 여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주인공의 정체는 여자이지만 대외적으로는 남자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동성애와 유사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홍지아, 2008, 페이지: 181) 예를 들어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는 한결이 남장을 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취직한 은찬에게 사랑을 느끼자 세상의 시선이 두려워 자신의 감정을 거부하려 하고, 《성균관 스캔들》에서도 선준이 남장을 하고 성균관에 들어온 윤희(윤식)에게 애정을 느끼지만 자신이 남색가라고 생각하고 성균관을 떠난다.
Ⅲ. 연구 대상과 연구 방법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국내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동성애는 실험적인 단막극에서만 종종 묘사될 뿐 연속극에서는 금기시된 소재였다. 이러한 금기를 깨고 동성애를 전면적으로 묘사한 연속극이 2010년 3월 20일부터 11월 7일까지 SBS에서 방영된 《인생은 아름다워》이다. 드라마 내에서 동성애 관계에 있는 양태섭과 김경수를 중심으로 요약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주도에서 펜션을 경영하는 양병태(김영철 분)와 유명한 요리 연구가 김민재(김혜숙 분)는 재혼한 부부로, 병태가 재혼 전에 사별한 부인 사이에서 낳은 태섭(송창의 분), 민재가 이혼한 남편 사이에서 낳은 지혜(우희진 분), 재혼 후에 낳은 호섭(이상윤 분)과 초롱(남규리 분)을 자식으로 두고 있다. 지혜는 이미 결혼해 남편 이수일(이민우 분)과 딸 지나(정다빈 분)와 함께 안채 옆 펜션에서 살고 있고, 지혜가 사는 펜션 위층에는 아직 미혼인 병태의 동생 병준(김상중 분)과 병걸(윤다훈 분)이 살고 있다. 별채 초가집에는 병태의 어머니(김용림 분)가 난봉꾼인 아버지(최정훈 분)가 딴 살림을 차린 이후로 홀로 살고 있다. (그러나 이후에 아버지가 첩에게서 쫓겨나 본처인 어머니에게로 돌아온다.)
민재는 전처 자식을 소홀하게 대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결혼 적령기인 태섭의 결혼 문제에 더욱 신경 쓰지만 정작 태섭은 결혼에 큰 관심이 없다. 내과 의사인 태섭은 같은 의대 출신이자 재일 교포인 피부과 의사 유채영(유민 분)을 만나고 있지만 소극적으로 채영에게 응해 주는 것일 뿐이다. 사실 태섭은 동성애자로 이미 여자와 결혼했다가 동성애자임을 들켜 이혼한 김경수(이상우 분)와 진지하게 사귀고 있다. 경수의 어머니(김영란 분)는 가문의 영광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가문의 수치인 경수를 어떻게든 전 부인과 재결합시키고자 제주도에 있는 경수를 자주 찾아와 설득하지만 경수는 어머니를 무시한다. 태섭은 민재가 새로 출판할 책의 사진을 찍을 사진 작가로 경수를 소개한다. 초롱은 민재에게 인사하기 위해 편션을 방문한 경수에게 호감을 느낀다.
한편 채영은 태섭의 불확실한 태도에 화가 나 이별을 통보하지만 한 번 만나자는 민재의 문자를 받고 태섭과의 결혼을 결심한다. 채영은 펜션으로 찾아가 태섭의 가족에서 인사를 하고 태섭과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 채영의 행동에 부담을 느낀 태섭은 채영에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한다. 태섭의 고백을 들은 채영은 충격을 받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친구로 지내자고 한다. 경수의 어머니는 태섭이 경수에게 보낸 택배를 보고 태섭이 경수의 애인임을 알아챈다. 얼마 후 경수 어머니는 택배 상자에 적힌 태섭의 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고, 경수 어머니의 전화를 받은 태섭은 몹시 당황한다. 태섭의 어머니는 기어코 펜션 앞까지 찾아와 태섭의 가족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겠다고 위협한다. 태섭은 사실이 알려질까 몹시 불안해하다가 경수와 이별을 선언한다. 사진을 찍기 위해 펜션을 들른 경수는 태섭의 방으로 찾아가 태섭을 설득하고 태섭을 끌어안는다.
그러나 이 장면을 초롱이 우연히 목격하고 태섭은 당황한다. 초롱은 태섭에게 가족에게 알리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결국 태섭은 민재에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하고 가족들에게 대신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말해 달라고 한다. 민재는 엄청난 충격을 받지만 한편으로는 태섭을 동정한다. 민재는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약속하나 할머니는 몰라야 한다고 하고 태섭도 수긍한다. 가장 먼저 민재로부터 사실을 들은 병태는 충격을 받고 태섭을 찾아가 태섭을 설득해 보지만 태섭의 성정체성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태섭을 동정한다. 다른 가족들은 태섭의 성정체성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반면 병걸과 수일은 거부감을 느낀다. 특히 병걸은 “정신병자”, “미친 새끼”이라면서 흥분한다. 지혜는 태섭이 자신에게 거리를 둔 이유가 성정체성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태섭에 대한 오해를 푼다.
태섭은 커밍아웃 이후 분가해 경수의 집 근처로 이사한다. 얼마 후 경수는 어머니로부터 아버지가 심장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어머니는 경수가 어버지에게 부담을 줬다며 나무란다. 한편 채영은 마음을 정리하겠다며 일본으로 돌아간다. 경수는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다가 태섭과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놀란 경수의 어머니는 펜션으로 찾아와 민재에게 태섭과 경수가 헤어지게 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민재는 오히려 태섭을 두둔한다. 제주도로 다시 찾아오는 경수의 어머니는 태섭과 경수에게 외국으로 나가라고 하지만 태섭은 당당하게 거절한다. 경수의 어머니는 펜션으로 찾아가 경수와 태섭을 외국으로 보내는 데에 협조해 달라고 말한다. 민재와 병태는 태섭을 옹호하고 태섭에게 부정적이던 병걸은 흥분하며 태섭을 두둔한다. 경수의 어머니는 태섭을 인정하는 가족이 부럽다고 말하고 펜션을 떠난다.
한편 런던으로 떠났던 경수의 전 부인(송선미 분)과 딸이 경수를 찾아온다. 전 부인은 경수에게 재결합을 제안하지만 경수는 솔직하게 살고 싶다며 거절한다. 하지만 아버지와 헤어지기 싫어하는 딸을 공항에서 배웅하고 괴로움을 느낀다. 경수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서울로 올라간다. 태섭은 경수에게서 연락이 없자 불안해한다. 경수의 아버지는 경수에게 “네가 원하는 대로 살라”며 경수의 어머니에게도 “포기하라”고 한다. 경수는 생일을 맞아 태섭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던 와중에 집으로 찾아온 전 부인과 딸에게 태섭을 소개한다. 경수의 어머니는 경수를 찾아와 태섭과 경수를 “그냥 특별한 친구 사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태섭은 경수에게 민재를 취재하기 위해 제주도에 온 기자이자 친구 우금지(김정화 분)를 소개한다. 태섭은 금지가 경수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자 묘한 질투를 느낀다. 경수는 금지에게 자신이 게이임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금지는 당황하며 제주도를 떠난다. 할머니는 태섭이 결혼을 하지 않고 경수와 지나치게 가깝게 지내는 것을 의심한다. 할머니는 민재와 병태를 찾아가 민재가 태섭이 전처 자식이기 때문에 소홀하게 대한다며 민재를 다그친다. 참다 못한 병태는 태섭이 동성애자임을 털어놓고 이미 태섭의 성정체성에 대해 짐작하고 있던 할머니는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림 6 실제로 드라마를 시청한 시청자 구성 비율 (전국) (AGB닐슨미디어리서치, 2010)
사회적 금기인 동성애를 다룬 이 드라마는 격렬한 찬반 양론을 일으켰다. (일간스포츠, 2010년 4월 19일) “참교육 어머니 전국 모임”과 “바른 성문화를 위한 전국 연합”은 《조선일보》 2010년 10월 29일자에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 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라는 원색적인 문구의 광고를 게재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찬반 양론과는 별개로 이 드라마는 여성인 김수현이 극본을 담당하였으며, 드라마를 시청한 시청자의 66%가 여성이었다. (그림 6) 즉, 이 드라마는 드라마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극본이 여성에 의하여 창작되고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동성애를 소비하는 시청자의 다수가 여성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여성에 의하여 창작되고 여성에 의하여 소비되는 야오이의 창작과 소비 구조와 유사하다. 결국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묘사되는 동성애는 40~6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 드라마의 형식 안에서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여성의 시각에서 창작되는 야오이와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비교, 대조함으로써 여성에 의하여 묘사되는 동성애의 특성을 도출하고자 한다. 또한 가족 드라마의 형식 안에서 동성애가 어떻게 묘사되는지 분석한다.
1. 태섭과 경수의 관계

그림 7 동성애 관계에 있는 태섭 (왼쪽)과 경수 (오른쪽)
드라마에서 동성애 관계를 맺는 태섭과 경수는 동성애자이지만 이들이 특별히 과장된 행동을 하거나 여성적인 발성을 하는 등의 희화화되지 않으며 오히려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매력적인 남성으로 묘사된다. 다만 경수가 이성애 관계에서의 태섭이 여성의 역할을 경수가 남성을 역할을 수행하는 묘사가 종종 등장한다.
표 1 태섭과 경수의 특성 비교
| 태섭 |
분류 |
경수 |
| 왜소 |
체격 |
우람 |
| 작음 |
키 |
큼 |
| 소극적 |
스킨십 |
적극적 |
| 소극적 |
성격 |
적극적 |
태섭은 경수보다 키가 작고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 반면, 경수는 태섭보다 키가 크고 우람한 체격을 가지고 있다. 태섭은 스킨십에 소극적인 반면 경수는 스킨십에서 적극적이다. 드라마에서는 대부분 경수가 먼저 스킨십을 시도하며 둘의 깊은 스킨십 또는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제16회의 장면에서도 경수가 먼저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다. (그림 8) 또한 태섭의 성격은 소극적이고 섬세하게 묘사되는 반면, 경수의 성격은 적극적이고 대담하게 묘사된다. 태섭과 경수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났고 둘 다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지만 경수가 먼저 태섭에 명함을 건네고 연락을 한 것으로 설명된다. 또한 경수는 태섭에게 사랑의 상징인 반지를 건네다. 특히 태섭에 대해서는 태섭을 여성에 비유하거나 여성을 연상시키는 대사가 자주 등장한다. 그 예는 다음과 같다.
- (경수) “기집애처럼 굴지 마. “ (제25회)
- (경수) “완전 친정 갔다 온 와이프 같다, 너.” (제26회)
- (태섭) “재벌 집안 아들과 사랑에 빠진 아가씨가 된 기분이야.” (제31회)
- (경수) “니 바가지에 난 대꾸할 말이 없어.” (제31회)
- (경수) “바가지 작작 좀 긁어. 피곤해.” (제46회)
- (경수) “조금만 단순할 순 없는 거야? 신경 약한 기집애처럼 그러지 말구.” (제51회)

그림 8 제16회의 한 장면
이 드라마에서 경수는 소위 남성적인 특성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태섭은 소위 여성적인 특성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또한 경수는 대체로 스킨십과 성관계를 주도하고 태섭은 스킨십과 성관계를 성관계를 소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러한 경수와 태섭의 관계는 남성적인 특성을 갖는 공이 성관계를 주도하고 여성적인 특성을 갖는 수가 성관계를 수용하는 야오이의 관계와 유사하며, 이러한 유사점은 실제 남성 동성애자가 아닌 이성애자 여성에 의하여 묘사되기 때문에 동성애 관계에 이성애의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투영된 결과로 보인다.
2. 여성의 역할
많은 야오이에서 여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거나 등장하더라도 주변적인 인물로만 묘사되는 것과 달리 이 드라마에서 여성은 태섭과 경수의 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특히 태섭의 어머니와 경수의 어머니가 태섭과 경수의 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경수의 어머니는 경수를 주기적으로 찾아와 이혼한 전 부인과 재결합할 것을 요구하고, 태섭에게 찾아가 태섭이 동성애자임을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위협하여, 태섭과 경수의 관계에 위기를 불러온다. 반면 태섭의 어머니는 태섭의 성정체성을 인정하고 가족들이 태섭을 인정하는 데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위기가 닥친 태섭과 경수의 관계를 안정시킨다. 이 드라마에서 야오이와 달리 어머니의 역할이 큰 것은 야오이의 주된 독자가 10~20대 미혼 여성인 반면 이 드라마의 주된 시청자가 40~60대의 기혼 여성이고 이들의 시각에서 전개되기 때문이다.
한편 태섭과 경수의 관계에 개입하는 여성은 태섭의 예전 애인이나 경수의 전 부인으로 표면적으로 연인이나 부부 관계를 맺었던 이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태섭과 경수 모두 동성애자임에도 불구하고 태섭의 예전 애인은 여성이고 경수도 결혼까지 해서 부인과의 사이에서 딸까지 둔 반면 태섭이나 경수가 과거에 남자를 사귀었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의 역할 설정은 야오이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것으로 동성애 관계를 맺는 주인공들은 과거에 여자를 사귀었거나 연인을 잊기 위해 여자를 사귄다. 이와 같은 묘사는 태섭과 경수의 게이로서의 성정체성을 희석시켜 여성 시청자의 거부감을 줄이고, 경수와 태섭의 사랑을 더욱 절박하고 비극적으로 보이게 한다. 반면 요시나가 후미의 《서양골동양과점》이나 《어제 뭐 먹었어?》에 등장하는 게이 캐릭터들은 현재 자신의 연인뿐만 아니라 다른 게이들과도 성관계를 맺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오직 너만을 사랑한다”라는 절박함이나 비극성은 느끼기 어렵다.
3. 동성애자 사회에 대한 묘사
이 드라마에서는 많은 야오이와 같이 동성애자 사회에 대한 묘사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태섭이나 경수가 과거에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언급은 없으며 태섭과 경수는 동성애자 사회가 아니라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게다가 경수와 태섭은 자신들이 헤어지면 다른 남자를 만나겠다는 언급은 없으며 “다른 친구를 만나겠지”라는 간접적인 언급만 할 뿐이다. 또한 태섭과 경수 이외에 다른 동성애자는 등장하지 않고 경수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여 태섭에게 질투심을 일으키는 캐릭터는 남자가 아닌 여자이다.
또한 이 드라마에서 태섭과 경수의 성정체성에 대한 묘사는 태섭의 커밍아웃을 제외하고는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태섭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대학교 4학년 때 알았다고 고백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았는지 언급하지 않으며, 경수는 전 부인에게 자신이 게이임을 들켜서 이혼한 것으로 묘사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들켰는지에 대해서는 묘사되지 않는다.
이러한 동성애자 사회에 대한 철저한 묘사 배제 또는 성정체성에 대한 배제는 야오이에서와 같이 태섭과 경수의 성정체성을 희석시켜 여성 시청자들의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오로지 태섭과 경수와의 관계에 집중하게 한다. 또한 여성 창작자와 시청자에게는 야오이에서와 마찬가지로 비극적이고 절박한 동성애 관계 그 자체가 중요하거나 동성애 연인과 그 가족 간의 관계가 중요할 뿐 동성애자 사회는 그다지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동성애를 묘사하는 주체가 여성이기 때문에 동성애자 사회에 대한 정밀한 묘사가 어려웠을 수도 있으며, 공중파 방송국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로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4.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묘사
이 드라마는 동성애자의 성정체성이나 동성애자 사회에 대한 묘사는 거의 생략하고 있는 반면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묘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경수의 어머니와 태섭의 어머니는 태섭과 경수의 관계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경수와 태섭의 성정체성에 대한 경수와 태섭의 가족들의 반응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킨다. 경수의 가족은 경수가 아웃팅당한 후 경수를 철저히 외면하고 어머니는 경수에게 폭언을 퍼붓는다. 또한 태섭에게도 찾아와 경수와 헤어질 것을 종용한다. 반면 태섭의 가족은 태섭이 게이임에 크게 개의치 않으며 태섭에 대해 혐오감을 표현하는 병걸을 오히려 나무란다. 커밍아웃 이후 가족을 겉돌던 태섭은 계모인 민재를 “엄마”로 인정하고 가족에 편입된다. 여기에 민재는 경수와 태섭을 결혼시킬 생각까지 한다.
이 드라마에서 동성애자 결혼에 대한 언급은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결혼을 둘러싼 갈등 구도는 기존의 가족 드라마에서 답습해 온 구도를 연상시킨다. 경수는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다가 태섭과 결혼하겠다고 하고 경수의 어머니는 어머니는 태섭과 태섭의 가족을 찾아와 집안을 들먹이며 이별을 종용한다. 이러한 상황은 태섭은 가난하거나 평범한 여자를 경수는 부유하거나 뛰어난 남자를 연상시키며, 경수의 어머니는 아들의 결혼을 반대하며 여자를 모질게 대하는 예비 시어머니를 연상시킨다. 또한 동성애자의 결혼에 이성애자의 결혼을 당연하게 대입시키는 묘사도 등장한다. 특히 “우리 둘이 애 낳아도 넌 안 닮았으면 좋겠다”라든가 “사랑하는 사람 아이 갖고 싶다는 거 지극히 당연한 거 아니야?”, “외국은 결혼도 하고 입양도 한다고 하던데” 등의 결혼을 하면 아이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두드러진다.
Ⅴ. 결론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야오이는 동성애 관계를 공과 수로 구분하고 공에는 이성애 관계에서의 남성을 수에는 이성애 관계에서의 여성을 대입시켜 이성애 관계를 재현하면서도 여성이 배제된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성적인 행위로 인한 성적 수치심을 제거하고 동시에 관음증적 쾌락을 추구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야오이는 태생적으로 이성애자 여성의 관음증적 쾌락 추구를 위한 장르이기 때문에 동성애 관계를 묘사하지만 실제 동성애자 사회에 대한 묘사에는 무관심하며, 캐릭터를 양성애자라고 설명하여 게이로서의 성정체성을 희석시키거나 심지어는 게이임을 부정하기까지 한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도 태섭과 경수가 둘 다 게이임에도 불구하고 태섭을 이성애 관계에서의 여성에, 경수를 남성에 대입하는 묘사가 빈번하게 등장하며, 이러한 태섭과 경수의 관계는 야오이에서의 공과 수의 관계와 유사하다. 또한 이 드라마에서도 야오이와 마찬가지로 동성애자 사회에 대한 묘사는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고, 대신 여성들이 태섭과 경수의 관계에 개입하여 이들의 게이로서의 성정체성을 희석시키며, 태섭과 경수의 관계를 더욱 비극적이고 낭만적으로 만든다. 게다가 동성애자의 결합을 이성애자의 결혼에 대입시켜, 동성애자의 결합 또한 이성애자처럼 결혼으로 완성되며, 동성애자의 관계에서 출산을 재현하도록 요구한다.
주로 10~20대 미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야오이와 달리 《인생은 아름다워》는 30~60대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 드라마로서 시청자가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어머니가 태섭과 경수의 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갈등을 일으키거나 갈등을 해결한다. 태섭과 경수의 관계에 어머니가 개입함으로써 한편으로는 기존 가족 드라마에서 예비 시어머니가 결혼을 반대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을 동성애 관계에서 재현하기도 한다. 또한 태섭과 경수의 가족 간의 관계를 묘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둘의 성정체성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도 계속적으로 언급된다.
반면 이성애자 여성의 시각으로서 《인생은 아름다워》가 야오이와 같이 동성애 관계를 이성애 관계에 대입시켜 이성애 관계를 재현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나 야오이와는 달리 동성애자로서의 커밍아웃에 대한 고민이나 사회적 시선에 대한 두려움에 대하여 진지하게 접근하고, 동성애자를 희화화시키지 않고 이성애자로 이뤄진 가족이 동성애자 가족를 인정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결론적으로 《인생은 아름다워》는 동성애자를 이성애자 가족이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긍정적인 시도를 하였으나 동성애자가 편입되는 가족은 기존의 가족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가부장적 가족의 형태를 답습하고 있다. 또한 야오이에서처럼 이성애자 여성의 시각으로 동성애 연인을 바라봄으로써 동성애 연인을 이성애 연인에서 대입하여 표현하고 게이 사회에 대한 묘사를 철저하게 배제함으로써 동성애의 낭만성을 극대화하고 현실감을 약화시키는 모습을 보인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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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그림 1 참교육 어머니 전국 모임, 바른 성문화를 위한 전국 연합. 조선일보 (2010년 10월 29일).
그림 2 高橋陽. (1984). キャプテン翼 第2卷. 集英社.
그림 3 尾崎南. (1991).
独占欲(改訂版)第1卷.
그림 4 篠崎一夜, 香坂透. (2003). お金がないっ 第1卷. 幻冬
舎.
그림 5 志水ゆき. (2000). LOVE MODE 第7卷. ビブロス.
그림 6 AGB닐슨미디어리서치. (2010).
그림 7 김수현, 삼화네트웍스. (2010). 인생은 아름다워 제3회. SBS.
그림 8 김수현, 삼화네트웍스. (2010). 인생은 아름다워 제16회. SBS.
2011년 6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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